한국 영화의 ‘조명 연출’은 왜 감정을 숨기면서도 드러낼까 – 밝히지 않을수록 선명해지는 심리의 층위
영화를 떠올릴 때 조명은 종종 가장 뒤에 놓인다. 연기, 대사, 스토리, 연출이 먼저 언급되고 조명은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로 뭉뚱그려지기 쉽다. 그러나 한국 영화에서 조명은 결코 배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명은 말보다 앞서 감정을 예고하고, 인물보다 먼저 심리를 드러내며, 때로는 서사의 방향을 은근히 바꿔놓는다. 특히 한국 영화의 조명 연출은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숨기는 설계’에 가깝다. 모든 것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감정은 더 또렷해진다. 이 글은 한국 영화의 조명 연출이 왜 세계적으로도 독특하게 평가받는지, 그리고 왜 화려한 빛보다 절제된 어둠이 더 강한 감정적 여운을 남기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미장센 차원의 설명을 넘어, 조명이 어떻게 인물의 내면, 관계의 균열, 이야..
2025. 12. 25.